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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기사】수원시, MB도 못해 봤던 사람 잡는 "대리석도로"

대리석 도로위로 걷기를 강조하는 '생태교통 수원 2013' 행사는 반인간적 행위

【경기리포트】‘생태교통 수원 2013’은 친환경을 표방한 Eco Mobility 행사다. 수원시와 ICLEI, UN HABITAT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를 위해 수원시는 수원 행궁동 일원에 890m에 달하는 대리석 도로를 깔았다.


‘생태교통 수원 2013’ 행사가 벌어지는 한 달 동안 이 대리석 도로위에는 차량통행이 금지되고 사람 또는 자전거와 같은 무동력 운반수단이 도로 위를 다닐 수 있도록 했다. 행사의 취지는 앞으로 다가올 석유자원의 고갈을 대비해 차 없는 마을을 미리 실현해보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도로는 기존의 아스팔트로 만들어진 차도의 폭을 줄이고 인도를 넓히는 방법을 선택했다. 행사가 끝나도 차량통행을 불편하게 하고 사람통행이 더 원활하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 지난 8월 대리석 도로와 화강암 인도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멘트들이 도로 밑에 깔렸다. 이 도로 위로 아토피가 있을 수도 있는 학생들을 불러들이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


 

그런데 사람을 위주로 하자는 생각은 딱 거기까지만 이었다. ‘생태교통 수원 2013’ 행사기간 동안 행궁동 차 없는 마을을 찾아온 대다수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 중 몇 가지는 “무릅이 아프다. 걷기가 힘들다. 도로가 위험하다.”등이었다.


당연히 대리석 도로를 1Km 정도 걸으면 누구나 다리가 아프다. 수원시는 대리석 도로를 시공하기 위해 전체 메인 도로 구간에 시멘트 포장을 했다. 두께 20Cm의 정도의 시멘트 포장을 마친 뒤에 그 위에 대리석을 깔았다.


덕분에 땅과 사람과의 호흡은 완전히 단절됐다. 이런 공법은 차도뿐만 아니라 인도에도 똑같이 시공됐다. 메인도로 전체가 시멘트위에 구성된 구조물로 이루어져 보기에는 완벽하고 좋아보였지만 실상은 사람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도로가 됐다.


비용 또한 일반 아스팔트 도로에 비해 20배 이상 더 들어갔다. 왕복 2차선의 아스팔트 도로를 약 1Km 포장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1억8천 만원 정도 이지만 수원시는 대리석 타설 비용만 25억을 사용했으며 전체 도로 포장비는 80억에 달했다.

 

  

▲ 물빠짐이 어려운 대리석 도로, 겨울철 이 도로위를 지나는 차량은 늘 사고를 염두에 두어야 하며, 사람들은 살어름 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해야 한다.


한편, 일반 인도나 흙이 가지고 있는 쿠션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는 도로위에서 걷기를 강조하는 이 행사에 대해 시민들이 반감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6일 행사장에 찾은 자원봉사자 중 한명은 “저 도로 위에서 조금 만 걸으면 무릅이 아프고 쑤신다. 누가 저런 걸 고안 했을까” 라며 수원시 당국을 비난했다. 행궁동의 주민들은 관광객들보다 더 한 욕을 하기도 한다.


한 행궁동 주민은 “당신들은 행사기간 동안 잠깐 걷는 것뿐이지만 우리는 평생 이 딱딱한 도로위에서 살아야 한다. 우리의 항의에 눈조차 깜빡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사람들이다. 지렁이 한 마리조차 기어 나올 수 없도록 누가 공사를 했는지 참 한심하다”며 수원시를 상대로 욕을 퍼붓는 장면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또 다른 행궁동 주민은 “행사가 끝나고 겨울이 오면 어떻게 이 도로위를 걸어가라는 것이냐 미끄러워서 걸어 다닐 수 없을 것 같다. 사람이 여기에서 넘어져 중상을 입어봐야 수원시가 반성할 거다.”라며 푸념을 하기도 했다.


실제 대리석 도로의 미끄러움은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이 도로위에는 점자블럭조차 시공되지 않아 시각장애인의 거리 통행은 아예 생각해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수원시는 차량통행이 없기 때문에 ‘생태교통 수원 2013’ 친환경 행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행사의 이름에도 ‘생태’라는 말이 들어가 있듯이 사람을 위한 행사라는 주장을 여전히 펼치고 있어 시민들과의 괴리감은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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